정열의 나라 멕시코

2019. 12. 17. 17:47여행기

  비행기 한번 원 없이 타보았다. 18일간 중남미 7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거의 매일 적게는 1시간, 많게는 13시간씩을 탔으니 말이다. 2005년이 집사람 온경자 할멈의 회갑이고, 결혼 35주년 산호혼식의 해인지라 계획을 세워 성사된 의미 있고 설레는 여행일정이었지만 워낙 장거리이고 고산지대가 많은 곳이어서 실은 기대 반 염려 반의 마음을 안고 지난 1227LA행 대한항공에 탑승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LA에서 환승, 19시간만에 도착한 정열의 나라 멕시코는 계절과 밤낮이 우리나라와 바뀌어 있었고, 이곳은 옛날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을 꽃피웠던 곳이다. 아즈텍족이 번영하던 이 멕시코를 1521년 스페인이 정복하였고, 이후 스페인은 3백년간 많은 군대를 진주시켜 인종개량 정책을 시행하였다고 한다.

 

  원주민의 여자들을 병영으로 공출시켜 인위적인 인종배합을 시켜서 그 결과 멕시코에는 모습은 서구, 얼굴은 거무스레, 성격은 낙천적인 메스티조 인종이 탄생되었는데, 이들이 국민의 주류를 이루고 사회적인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시 소칼로(배꼽)광장. 시인구2천5백만명. 교민 2천명. 해발 2,240m인 멕시코시의 땅 밑에는 옛 아즈텍 도시가 묻혀있다고 한다.

 

  멕시코의 유적지로는 치첸잇사의 마야유적지와 테오티와칸의 아즈텍유적지가 유명하다. 멕시코시내를 관광한 후 북쪽으로 버스를 타고 1시간 쯤 달려 테오티와칸에 도착하였다. 이곳에 아즈텍 유적이 있는데, 길이 4km, 45m죽은자의 길양편에 정열해 있는 크고 작은 피라밋 중 유명한 65m 높이의 태양의 피라밋46m 높이의 달의 피라밋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즈텍유적인 ‘달의 피라밋’ 정상에서 본 248계단의 ‘태양피라밋’과 4km나 뻗어 있는 ‘죽은자의 길’

 

  이 두 피라밋 계단을 오를 때는 가파른 경사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정상에서 유적을 내려다 볼 때는 대단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집트의 피라밋이 왕의 분묘인데 반해 이들 피라밋은 태양의 신에 제사지내기 위한 제단인 것이 특이하다. 아즈텍문명은 한마디로 태양의 신을 숭배하는 것이 그 전부였다고 한다. 피라밋의 꼭대기에는 돌제단이 있는데 여기서는 적국의 포로들을 사로잡아 한 달 동안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나누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 후, 산채로 가슴을 갈라 그 심장을 태양신의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듣기에 끔찍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매일 일정량 이상의 피를 인명에 굶주린 신에게 바쳐야만 자기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하니, 이 세상에 문명을 가진 인류가 이러한 비극적 의식을 오랫동안 행하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오후 늦게 마야유적을 보기 위하여 멕시코시에서 동쪽으로 2시간 비행하여 칸쿤에 도착하였고 다음날 아침 버스로 3시간을 달려 치첸잇사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카리브 해변에 둘러싸인 유카탄반도의 광활한 밀림 한 복판에 마야유적이 점재되어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 유명한 카스티요(El Castillo)’라고 부르는 높이 23m의 신전 피라밋은, 4면은 4계절, 4면의 계단은 91개씩이고, 여기에 정상의 제단을 더하면 1년의 365일을 상징하고, 1년이 18개월, 달력주기가 52년이 되는 등 여러가지를 상징하고 있어서 이 자체가 마야의 달력이라고 한다

 

마야유적인 ‘카스티요 신전’ (일명: 꾸꿀깐 신전). 이 피라밋 정상에 오를 때가 가장 무섭고 현기증이 났다.

 

  이곳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사방의 광활한 밀림은 마치 뭉실뭉실한 양탄자를 지평선까지 깐 듯이 보였다. 옆에 있는 구기장(Juego de Pelota)’에서의 경기는 오락이기 이전에 종교의식인 것이었다. 승리팀의 주장은 참수되어 제물이 되었는데 이를 대단한 영광으로 여겼다고 한다. 영광이기 때문에 이긴 팀에서 죽어야 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전사의 사원등 많은 유적이 산재되어 있는 이들 문명의 주인공들은 어떠한 삶을 살다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자세히 모른다. 스페인에 의하여 말살되고 착취되고 강간당하였고, 독립 후에도 많은 정치적 혼란을 모두 이겨내어 지금은 발전하고 있는 멕시코, 이제 중남미의 공통과제이기도한 극심한 빈부격차도 머지않아 해소되리라고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