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스위스 슬로베니아

2020. 1. 4. 17:50여행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호텔을 떠나 북쪽으로 4시간을 달려서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를 구경하였다. 슬로베니아는 발칸에서 제일 작은 나라이지만 국민 소득이 2만불로 가장 잘사는 나라이다. 옛 유고 연방시절 세르비아를 정치기반으로 삼았던 티토 대통령의 아버지는 크로아티아인이고 어머니가 슬로베니아인이었다고 한다. 당시 티토는 유고연방의 공업지대를 이곳 슬로베니아에 배치하였고 크로아티아는 관광지로 육성하였다고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였던 것 같다.

 

    류블랴나를 출발하여 줄리앙 알프스를 감상하면서 북쪽으로 1시간을 달려 유럽에서는 잘 알려진 슬로베니아의 휴양지 블레드에 도착하였다. 블레드는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한적한 호수마을이다. 작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종종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이고, 유고연방의 티토 대통령 시절에는 세계 각국의 국빈을 영접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블레드 호수의 둘레에는 잘 닦여진 순환 산책로가 있는데 길이가 7km이고 이 길에는 꼬마 관광열차도 운행하고 있다. 호숫가에 서있으면 100m 높이의 높은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블레드 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천년된 옛 왕가의 별장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블레드 성에 올라가서 야외카페에 앉아 호 수를 내려다보니 앞에 펼쳐진 경관은 환상적이었다.

 

블레드성에서 본 블레드호수와 그림 같은 섬

    에메랄드 빛깔로 물들여진 아름다운 블레드 호수의 한 가운데에는 그림 같은 조그마한 섬이 하나 떠있고 수풀로 둘러싸인 그 섬에는 예쁜 성당이 서있다. 모두들 호수에는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주위 마을에는 동화 속 같은 예쁜 집들이 모여 있고 그 너머에는 쥴리앙 알프스산도 보인다. 알프스 산지와 블레드 호수는 아름다운 자연의 심포니를 연출하고 있었다.

 

    섬에 가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타야한다. 환경보존을 위해 호수에는 무동력 배 만이 다닐 수 있다. 호수에서 유유자적 노니는 백조와 호수 면에 어리는 성채의 그림자를 감상하며 섬으로 가면 성당 안에는 소망의 종이 있는데 부드럽게 밧줄을 당기면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며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시 이곳에서 버스로 산길을 돌아 1시간 반을 달리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카르스트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에 도착한다. 유럽에서는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이 동굴은 길이가 20km나 되는 신비의 석회동굴로 일년 내내 섭씨 8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도 싸늘하여 겉옷을 입어야 한다.

 

    동굴에 들어서면 한 칸에 2명이 탈 수 있는 상당히 긴 열차가 기다린다. 열차는 은근히 빨라서 좁은 통로들을 지날 때는 마치 머리가 천정에 부딪칠 것 같은 스릴도 느끼며, 도착한 곳은 동굴 속의 거대한 산 앞이다. 여기서부터 언어별 가이드를 따라 동굴 관광을 시작하게 된다. 다리가 놓여 있고 그 밑은 깊은 골짜기로 되어 있어서 진짜 산에 올라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아름다운 경관을 만난다. 동굴 속을 오르내리면서 보면 갖가지 모양의 석순과 종류석들이 가득하고, 가다보면 자연이 만드는 경이로운 물방울 소리도 감상할 수 있는데 자주 떨어지는 소리와 천천히 떨어지는 소리들이 합쳐져서 멋있는 화음을 들려준다. 이름이 다이아몬드 석순이라고 붙여진 순백색의 석순은 포스토이나의 상징이라고 하고,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연주홀에서는 소리를 내면 8초 동안을 울리는데 여기서는 가끔 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이 동굴에는 특별한 ‘human fish’가 살고 있다. 사람의 수명과 비슷한 80100년을 살아 붙여진 이름으로 길이가 약 30cm이고 눈이 퇴화해서 없어진 이 휴먼 피쉬는 동굴 속의 어둠에 적응을 한 생명체로 이곳 카르스트 동굴에서만 서식한다고 한다.

 

    포스토이나를 끝으로 우리는 베네치아에서 파리행 에어프랑스에 탑승하였다. 이번에 여행한 발칸유럽은 최근에도 전쟁을 겪어야 했고 사회주의국가로부터 벗어 난지 얼마 안 되어 아직은 경제가 어렵다. 경제 수준이 낮아 슬로베니아를 제외하고는 유럽연합회원국으로 가입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까지도 전연 유로화가 통용되지 않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모든 면에서 불안정한 사정이기는 해도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하고 활기찬 모습이었고 또한 풍부한 자원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어서 머지않아 발전되고 당당한 유럽회원국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드리아해의 보고 크로아티아  (0) 2020.01.04
작은 발칸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0) 2020.01.04
발칸의 맹주 세르비아  (0) 2020.01.04
장수의 나라 불가리아  (0) 2020.01.04
드라큘라가 있는 루마니아  (0) 202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