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맹주 세르비아

2020. 1. 4. 17:26여행기

    소피아에서 북서쪽으로 넓은 평야지대에 있는 마을과 집들을 구경하면서 6시간을 달려 하얀 도시라는 뜻을 가진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도착하였다.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중앙에 위치한 내륙 국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티토가 이끌고 있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경제가 악화되면서 연방을 이루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의 형제들이 분리 독립되어 나가고 맏형 격인 세르비아만이 쓸쓸히 남아있게 된 셈이다.

 

    티토가 사망한 후 그동안 잠재되어 왔던 민족주의 열기가 연방 곳곳에서 다시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중의 한 사건이 세르비아의 자치주인 코소보에서 일어난 코소보 전쟁이다. 원래 코소보에는 소수 민족이면서도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던 세르비아인들과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다수 민족이면서도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던 알바니아인들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1998년 알바니아 분리주의자들이 세르비아 경찰을 공격한 사건이 있게 되자 세르비아 대통령 밀로셰비치는 이를 구실로 삼아 인종 청소라는 무자비한 작전으로 알바니아 주민들을 대량 학살하였다. 이 사태는 결국 UN이 개입하고 NATO는 공습으로 대응함으로서 코소보 전쟁은 3개월 만에 끝나게 되었지만 그 여파는 2000년 세르비아 민주화 혁명과 밀로셰비치의 실각을 불러오게 하였다.

 

칼레메그단 요새에서 본 경관

    수도 베오그라드는 예로부터 전쟁터가 되어온 숙명적 무대가 되어서 거의 20년마다 파괴되어 왔다고 한다. 이러한 파괴 때문에 고대, 중세의 유적은 별로 없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의 영향을 받은 건물들은 인상적이었다. 남아 있는 유적 칼레메그단 요새를 둘러보았는데 기원전 4세기 켈트시대부터 베오그라드의 성곽이었던 이곳은 다뉴브강과 사바강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어서 요새에서 내려다 본 강변에 펄쳐진 경관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시내에 있는 전쟁 당시 국방부 건물은 미사일을 맞은 험한 상태 그대로 놓아두어 전쟁의 아픔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즈음의 베오그라드는 급속한 도시 팽창으로 발칸반도 전 지역을 통틀어 그리스를 빼고는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거리에는 고층건물과 상점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관광객의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도 내전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음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