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보고 크로아티아

2020. 1. 4. 17:44여행기

    크로아티아 서쪽의 달마치아지방은 아름다운 디나르 알프스산맥과 아드리아해의 쪽빛 해안이 남북으로 길게 접하고 있어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모스타르에서 남쪽으로 3시간을 강변도로와 해안선도로를 달리면 해변에 있는 크로아티아의 최남단 도시 드브로브니크에 도착한다. 이곳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도시라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평생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낙원으로 꼽힌다고 한다. 드브로브니크의 해변에 성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를 유네스코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드브로브니크 성벽위에서 본 시가지

    구시가지 성문을 들어서자 다가온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고색창연한 석조건물과 대리석이 깔려 있는 플라차거리, 이 거리에 있는 당시 식수로 사용하였던 오노플리안 분수와 중앙광장 그리고 대성당 등은 반가운 낯선 만남이었다. 성안에 있는 렉터 궁전은 이 자체를 유네스코가 별도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곳은 렉터가 국무를 집행하던 궁전인데 렉터는 선거에 의하여 1년에 12명이 선출되고 매월 1명씩 가족을 떠나 이 궁전에서 숙식을 하며 정무를 수행하였다고 한다. 구시가지는 1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었지만 몇 번이고 또 거닐어 보고 싶은 숨겨진 지상낙원이었다.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는 높이 25m, 둘레 2km인 성벽에 오르니 안쪽으로는 붉은색 지붕의 중세 마을과 밖으로는 쪽빛으로 출렁이는 아드리아해의 신비로운 숨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성벽 위를 거닐다 내려와 성밖으로 나가서 잠시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푸른 바다에 비친 하얀색 요트들과 달려오는 파도의 모습을 카푸치노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면서, 상처뿐인 전쟁터에서 벗어나 모처럼 여행이 주는 안락함과 풍요로움을 마음속에 채워보았다.

 

    드브로브니크는 높은 디나르 알프스산이 뒤를 휘감고 있어 마치 모나코의 지형과 비슷하다.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는 급경사인 뒷산을 돌아 나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왼편으로 푸른 바다를 감상하면서 해안선의 높은 절벽 길을 북쪽으로 4시간 달리면 중부 달마치아의 황홀한 꽃이라 불리는 스플릿에 도착한다.

 

스플릿의 구시가 성벽도시

    스플릿의 구시가인 성벽도시는 원래 로마황제인 디오클레티아누스가 퇴임한 후 거처로 사용하려고 지은 궁전 겸 해안 요새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재위: 284305)는 이곳에서 5km 떨어져 있는 쏠린에서 노예 신분으로 태어나 로마 황제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또한 생존 중에 자의로 왕위에서 하야한 최초의 황제이기도 하다.

 

    그가 하야 후 10(305316)을 살았던 이 궁전은 남북의 성벽 길이가 215m인 정방형의 모양이고 동서남북의 4개의 대문이 있으며 성벽의 높이는 1822m, 두께는 2.1m에 이르는 거대한 궁전이었다. 7세기에 아바르족들이 쳐들어와 궁전을 크게 훼손하였는데, 그 후 주민들이 궁전 안의 파괴된 건물에 부서진 벽돌과 기둥 그리고 장식물들을 모아 그들의 방식대로 좁은 골목으로 연결된 집을 세웠다. 이 성벽도시가 지금의 스플릿 구시가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시가에는 사람 하나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길의 이름이 제발 나 좀 보내줘 길도 있고 건물 윗 층에 사는 사람들은 골목 건너편 건물에 줄을 연결하여 빨랫줄로 사용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은 시민들의 빨랫줄 아래를 거닐면서 로마 시대와 그 이후 시대의 건축유적을 보게 된다.

 

    지금 주민들은 이 궁전을 박물관으로서가 아니라 시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영묘를 개조한 대성당과 세례당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고 기둥이 늘어선 중정에는 카페가 있다. 로마 시대 양식의 아케이드에는 가게들이 즐비하며 궁전의 바깥쪽에는 신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다시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의 해안도로를 북으로 40분 달려서 작은 항구도시 트로기르에 도착하였다. 트로기르 성벽도시는 내륙과 치오보섬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인데 육지와의 사이는 짧은 돌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트로기르는 방어벽 속에 미로와 같은 옛날 중세도시의 거리를 잘 보존하고 있어서 도시박물관이라 할 수 있고 여기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트로기르에서 가장 뛰어난 건물은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인 성 로렌스 교회이고 입구에 있는 라도반의 걸작인 아담과 이브 그리고 사자조각상이 유명한데 이담과 이브 조각상은 세계 최초의 누드작품이라고 한다. 카메를렝고 요새의 꼭대기에 올라서자 트로기르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요새에서 바라본 트로기르는 오래된 건물, 거리와 골목 그리고 골목길의 흥겨움이 보이고 야자수 너머로 요트와 유람선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트로기르에서 다시 북으로 해안선 고속도로를 3시간 달려서 파크레니카 국립공원에 진입하였다. 파크레니카 국립공원은 아드리아해를 따라 뻗어있는 해발 1,700m 급의 벨레비트 남쪽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암벽등반지로 유명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암벽을 탈수 있기 때문에 암벽 등반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해안가에 맞닿아있는 직각절벽과 나무 한그루 없는 기다란 민둥산의 섬들이 수없이 떠있는 아드리아해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이 경이로운 경관을 유네스코에서는 생태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파크레니카 산악도로를 따라 위대한 경관을 감상하면서 3시간을 달리면 또한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들 사이에 크고 작은 16개의 아름다운 호수들이 계단형태로 이어져 있고 또한 92개의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있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입구에 있는 가장 큰 폭포수 밑에 들어서면 자연의 경외함에 놀랍고 또한 힘찬 자연의 기운을 받기 위해 경건한 마음의 자세를 갖게 한다. 각 호수마다 에메랄드빛을 비롯한 제 각각의 색깔을 만들어 내고 있고 햇빛의 각도에 따라서도 다른 색깔을 나타내고 있어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맑은 호수에는 수많은 송어들이 떼를 지어 헤엄쳐 다니고 있고 이 공원에는 많은 동식물 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산책하면서 올라갈 때는 배를 타고 넓은 호수를 건늘때도 있고 상류에서 돌아올 때는 셔틀열차를 타고 다른 길로 내려온다. 경관이 중국의 구채구와 비슷하면서도 규모가 큰 이곳은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의 하나라고 한다. 정말 자연그대로의 태고적 모습 속에서 마치 꿈속의 동화세계에 와있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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