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휴양도시 카사블랑카

2019. 12. 25. 20:32여행기

    라바트를 출발하여 남서쪽으로 1시간 반을 달려 대서양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였다. 모로코 최대 도시이자 산업의 중심지인 카사블랑카는 푸른빛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지고 야자수가 있는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햇살을 벗 삼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아름다운 휴양도시이다. 여름이면 이곳의 해안은 북아프리카의 밝은 햇빛과 대서양의 푸른 바다를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슬람국가인 이들의 종교적 발자취를 따라 하산 메스키타로 향했다. 하산 메스키타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슬람교 사원으로 15천명이 동시에 예 배 볼 수 있는 규모이며 높이가 200m 로 세계 모스크 중 가장 높다고 한다. 건물 전체가 흰색인 사원의 외벽에는 녹색의 채색타일이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무늬로 모자이크되어 있는데 이 사원은 3,300인의 모로코 최고의 조각가들이 완성한 세기의 걸작품으로 꼽히며 모로코 사람들의 염원이 묻어있는 곳이라고 한다.

 

    도시 중심지의 고층 건물과 외곽의 하얀 집들 그리고 재래시장의 모습을 둘러 볼 때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러한 옛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함에 아마도 카사블랑카의 신비로움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거리에서는 마시는 물을 팔고 있는 독특한 사막의 물장수를 만나게 된다.

 

길거리의 물장수

    화려한 모자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어깨에는 가죽으로 만든 물 자루를 메고 또한 금속으로 된 여러 개의 컵을 달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멋져 보였는데 글쎄 햇볕에 데워진 물맛은 어떨지 배탈이 날까봐 사 먹을 수는 없었다.

 

    카사블랑카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모하메드 5세 광장 주변에는 고층빌딩과 대형 토산물 상점이 즐비하다. 여기서부터 여러 도로가 시작되어 시내 관광이나 쇼핑의 기점이 되고 남쪽으로는 프랑스풍의 신시가가 펼쳐진다. 부근에 하얏트호텔이 있는데 이곳에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추억이 담긴 아메리카인 카페를 재현해 놓은 카페가 있다. 실제 영화는 미국의 할리우드에서 촬영하였지만 할리우드는 수많은 세계의 도시들 중에서 이 도시를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이국적이고도 매혹적인 식민지의 이미지를 만들어 카사블랑카를 추억의 도시로 재 탄생시켰다고 한다.

 

    라바트에서 이곳 카사블랑카로 오는 동안 버스 안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하는 영화 카사블랑카를 감상하였다. <프랑스령이었던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보가트는 어느 날 자기를 배반했던 옛 프랑스에서의 연인 버그만을 만난다. 버그만은 쫒기는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가는 비자를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보가트는 증오와 애정이 교차하는 갈등을 한동안 겪게 되지만 그러나 한때 꿈같은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을 위해 남편과 함께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다.>

 

    사람이란 상처 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 받는다고 했던가! 옛 사랑에 대한 한 남자의 미련과 희생을 그린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안개 낀 공항에서 연인을 떠나보내고 쓸쓸이 돌아서 가는 보가트의 마지막 모습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탕헤르로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베르베르인들의 집들은 흙벽돌로 되어 있어서 벽과 슬라브지붕의 색깔이 그곳의 땅 색깔과 똑같아 멀리 있는 마을은 토굴인지 빈터인지 구분이 안 되게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의 혼혈인이 많아졌으나 현재 모로코 인구의 36%를 차지하는 베르베르인들은 지금도 족 내 혼인의 전통을 지켜오면서 자신들의 고유 언어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도중의 휴게소에서 모처럼 점심으로 한식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이 도시락은 카사블랑카에 사는 교포 할머니가 싸 준 것이라고 하는데 오랜만에 먹는 우리 음식이라 얼마나 맛있었던지 양도 많아서 정신없이 먹고 나서는 배가 불러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왜 이상한? 음식들을 먹고 사는지 모를 일이다.

모로코를 떠나는 날 우리 일행들은 다시 탕헤르에 도착하였고 이슬람국가에서 그렇듯이 예배를 알리기 위하여 스피커에서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를 뒤로 하고 지브롤터해협의 페리호에 탑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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