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씨티 자이푸르

2019. 12. 19. 16:00여행기

  라지푸트족에 의해 세워진 자이푸르는 서쪽에 광활한 타르사막이 펼쳐져 있는 라자스탄주의 주도이다. 이곳 자이푸르까지는 아그라에서 버스로 무려 6시간 반 이 걸렸지만 여행 이야기들이 재미있어 지루한 줄을 모르고 왔다. 우리가 사막에 가까이 와있는지 시내에서는 사막을 연상케 하는 낙타를 자주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입고 있는 원색의 민속의상도 많이 돋보였다.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30분쯤 버스로 달려가면 언덕위에 주변의 도시를 압도하듯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성 암베르성이 있다. 차에서 내려 언덕위의 암베르성까지는 약 30분정도 코끼리를 타는데, 코끼리 등에는 지붕이 없는 네모난 원두막을 지어 놓아서 여기에 2명이 타게 되었다. 코끼리가 지그재그로 된 언덕길을 올라가면서는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이 놈이 우리를 언덕 아래로 쏟아 버릴까봐 반대쪽으로 몸을 틀고, 기우뚱거릴 때마다 바란스를 잡느라고 나는 나대로 전쟁을 하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힘이 들어 차라리 걸어 올라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내리려고 해도 너무 높아 내리지도 못하고 꼼짝 없이 힘만 다 빼버린 꼴이 되었다. 언덕에서는 코끼리를 탈일이 아니다.

 

암베르성 올라갈 때 타는 코끼리

  16세기에 소왕국의 수도였던 암베르성은 웅대하였고, 내부에는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알현실과 찬란한 거울의 방 그리고 실내를 물로 둘러싸듯 만들어 놓은 환영의 방 등은 옛날에 번영을 누리며 시원하게 지냈을 마하라자 일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마하라자란 힌두 계의 영주를 말한다. 또한 성내에는 사원이 있고 이곳에는 입장 인원이 한정 되어 있어서 들어갈려는 많은 여자신도들이 까만 눈망울을 크게 하고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도 보였다.

 

  암베르성을 궁전으로 삼았던 자이싱2세는 무굴제국 악바르황제와 인척을 맺어 보호를 받게 되자 높은 장소의 요새가 필요 없게 되었으므로 평지인 자이푸르에 성곽도시를 만들고 궁전을 옮기게 되었다. 지금의 구시가지인 이곳은 7개의 문을 지닌 성벽으로 빙 둘러싸여 있다는데, 안에는 넓은 도로가 가로지르고 있고 시티팰리스라고 불리는 궁전과 아름다운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궁전에는 지금도 마하라자가 살고 있으며 일부는 박물관으로 사용 되고 있다.

 

  구시가지는 사람과 릭샤, 자전거, 자동차들이 어울려 혼잡하고 차들은 계속 빵빵대어 시끌벅적하다. 걸인들도 많고 끈질겨서 아예 옷소매를 붙들고 따라 다닌다. 뒷길에서는 여기도 소, , 돼지 등이 거리의 오물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어디 공원이라도 따로 만들어 거기서 자유롭게 살게 하면 안 될까?

 

핑크시티 자이푸르

  특이하게도 이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모두가 핑크색으로 통일이 되어 있어서 자이푸르를 핑크씨티라고도 부른다. 분홍색이라 해도 엷고 밝은 색이 아니라 붉은 빛이 도는 벽돌색에 가깝지만 이 핑크색은 맑은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매우 아름답게 보였고, 해질 무렵의 광경은 더욱 매력적이라고 한다.

 

  영국 웨일즈왕자의 방문으로 귀한 손님을 맞게 되자 건물을 단장할 필요가 있었는데 페인트 업자가 전체를 핑크색 한가지색으로 칠해 버린 것이 그 유래라고 한다. 라자스탄 문화에서 핑크빛은 환영을 뜻하는 것과도 부합이 되어 지금은 의무적으로 핑크빛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 

  핑크씨티 바자르의 큰길에 하와마할이라고 하는 바람의 궁전이 있는데 자이푸르의 심벌이 되고 있다. 이 궁전은 정면이 길고 안쪽으로의 폭이 짧은 5층쯤 되어 보이는 마치 부채모양의 핑크색 건물인데 수많은 아치와 베란다가 달려 있고 창문이 많다. 이 특이한 건물은 마하라자의 왕실 여인들이 얼굴을 내놓지 않고서도 축제의 가두행렬이나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한 것으로 창문이 앞으로 튀어 나와서 보기에도 바람이 잘 통할 것 같이 보였다.

 

  이 인상 깊은 자이푸르를 끝으로 우리는 다시 뉴델리로 갔다. 인도에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신비가 공존한다. 또한 빈곤과 부귀, 남루함과 화려함 등, 극과 극이 함께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를 체험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러한 극과 극을 이루고 있는 곳에 따라 그 느낌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래서 흔히 인도는, 인도에 오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라 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가고 싶은 나라라고 하고 있는가 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인도의 작년도 경제성장률이 8.9%에 이르고, 금년에는 GDP(국내총생산)가 한국을 추월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다시 영광을 이루어 가고 있는 인도를 생각하면서, 옛날에도 쇠락과 영광의 역사를 일구어 왔던 사랑의 땅이었음을 마음에 되새겨 본다.

 

  그리고 끝으로 이번 여행을 즐겁게 같이한 친구들과 부인들께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