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2019. 12. 19. 15:18여행기

  16-7세기 무굴왕조시대 수도였던 아그라는 지금은 인도의 중소 도시다. 여기는 제5대 샤자한왕이 만든 사랑의 건물인 타지마할이 있는 곳이다. 이곳 아그라에 가기 위하여 카주라호에서 잔씨까지는 길이 좁아 지프차에 나눠 타고 아름다운 시골 경치를 구경하면서 5시간 걸려 갔었고, 잔씨에서 다시 특급열차에 탑승하여 2시간반을 달려 아그라에 도착하였다. 잔씨역에서는 소들이 어떻게 개찰을 했는지 플랫폼까지 들어와 있어 열차에 충돌하지나 않는지 염려도 했으나, 열차 안에서는 맛있는 간식을 주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이 되어 있는 타지마할은 야무나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서 삼엄한 검색을 받고, 한참을 걸어가면 붉은 사암으로 만든 정문이 나온다. 그 문을 들어서는 순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비쳐지는 우아한 모습의 하얀 건물은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우아한 모습의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

  몇 번 숨을 고른 후에야 다시 시야에 들어왔고 우리는 매료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류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찬사를 받아온 타지마할이 거기에 있었다. 이 타지마할은 샤자한왕이 만들어 놓은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마할의 영묘이다.

 

  타지마할은 우유 빛깔의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한가운데의 큰 돔 둘레에는 4개의 작은 돔이 있고 테라스의 네 귀퉁이에는 쭉 곧은 탑이 높이 솟아있다. 중앙 돔까지의 높이는 67m, 첨탑의 높이는 43m라고 한다. 정문에서 건물까지 약 300m, 한가운데에는 긴 연못이 조성되어 있어 이 아름다운 건물을 비쳐주고 있었다.

 

  타지마할의 외벽은 아름다운 문양과 조각으로 장식된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 역시 모두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는데, 중앙의 넓은 홀에는 한가운데에 두개의 대리석관이 놓여 있고, 둘레에는 엷은 대리석을 철망같이 조각하여 만든 울타리를 8각형으로 둘러놓고 있었다. 실제 무덤은 지하에 있고 여기에 있는 관은 가묘이다. 이들은 모두 보석과 준보석으로 만든 화려하고 섬세한 문양으로 장식이 되어 있어서 하얀 대리석과 장식문양의 조화가 극도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관을 받치고 있는 기단부 역시 꽃문양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슬람에서 꽃은 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타지마할은 또 하나의 천국인 것이다.

 

  쟁반 크기의 넓이만큼을 똑같이 재현해 보는데, 들어가는 크고 작은 모양과 갖가지 색깔의 보석 숫자가 5천개라고 하고, 이를 상감기법으로 완성하는데는 전문 장인 2사람이 5개월 걸리는 작업량이라고 한다. 이 타지마할은 하루 2만명이 동원되어 22년이 걸려 1653년에 완성하였다고 하니 상상할 수 없는 대역사였다.

 

  타지마할에는 보석과 대리석 보다 더 빛나는 사랑이 있어 감동은 더해진다. 타지마할의 주인공인 샤자한왕과 뭄타즈마할왕비의 인연은 궁에서 열린 여인들을 위한 시장에서 이루어 졌다. 당시 15살의 왕자 샤자한은 14살의 아름다운 소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5년후 결혼하여 아그라성에서 살았다. 황제를 승계 한 후로도 왕과 왕비의 사랑은 식을 줄 몰라서 사랑의 열매인 13명의 자녀를 낳았고, 무굴제국의 영화와 함께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왕비는 전투에 나간 왕을 수행 중에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어간 것이다.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왕비를 위하여 타지마할을 지었고 이는 영원한 사랑의 세레나데가 되었다.

 

무굴제국의 샤자한왕과 사랑하는 뭄타즈마할 왕비가 살았던 아그라성

  하지만 현세의 권력은 끝이 나고 샤자한왕은 자신의 아들 아우랑제부에 의해 왕비와 함께 살았던 아그라성의 한 방에 유폐되었다. 그는 야무나강 저쪽, 사랑하는 아내의 무덤을 바라보며 8년을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 살다가, 죽은 후에야 타지마할의 왕비 곁으로 가게 되었다.

 

  원래 샤자한왕은 야무나강 건너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묘를 만들어 두 곳을 다리로 연결하여 왕비와 함께 영생을 누리려 했다는데 계획은 무산되고 타지마할만이 남아 세기를 거치면서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아그라에서는 타지마할의 사랑을 안고 있는 아름다운 궁전 아그라성과, 교외에 있는 넓은 시끄리성도 구경하면서 찬란했던 무굴제국의 현장을 음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