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사원이 있는 카주라호

2019. 12. 19. 15:01여행기

  바라나시에서 카주라호까지 육로로는 12시간이 걸린다는 거리를 예쁜 스튜어디스들이 있는 항공편으로 1시간 비행하여 카주라호에 도착하였다. 햇볕이 화려하게 빛살을 쏟아내고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다. 에로틱한 남녀교합상이 조각되어 있는 힌두교사원이 있어서 유명한 카주라호는 인구 5천의 조그마한 시골 도시다. 이곳의 잘 가꾸어 놓은 공원에 황갈색과 분홍빛을 띤 사암으로 축조된 힌두교 사원들이 마치 옥수수를 몇 개 모아 세워놓은 모양을 하고 커다랗게 서있었다.

 

힌두교 사원

  찬델라왕조 전성기 10세기에 세워진 이들 사원들은 전성기에는 85개의 사원이 있었지만 후에 무굴제국의 이슬람정권에 의해 대부분 파괴되고 현재는 동남 그룹을 통틀어 22개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중 서쪽 그룹의 14개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서쪽 사원들의 내외벽에는 우리의 눈길을 끄는 조각들이 많았다. 칸다리야사원 하나만 해도 외벽에 646, 내벽에 226개의 조각이 있는데, 새겨진 조각들은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곡선과 입체감이 뛰어나 생명감이 넘친다.

 

  그 중 돋보이는 것은 사랑에 몰입하고 있는 남녀 교합상을 조각한 미투나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세로 기이하게 뒤틀린 둔부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인들이 남자들과 엉켜 붙어 진한 사랑을 하고 있는 이 교합상들은 같은 형태가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수없이 있다. 고도의 요가수련을 하지 않고는 흉내도 내지 못할 각종 교합 체위를 보여주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들 미투나 조각상은 남녀의 교합모습이 너무나도 정교하고, 자세하고 그리고 적나라하게 조각되어 있어서 그 대담한 표현을 처음 보는 사람으로서는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마음으로 신성한 사원에 이런 야한 조각상을 새겨 놓았을까?

 

  몇 가지 설을 살펴보면, 하나는 인도의 성교지침서인 카마수트라에 묘사된 교합의 체위를 조각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다 심오한 힌두이즘의 종교적 철학으로서 신과 인간의 합일을 목표로 하는 남녀 성적결합의 무아지경은 해탈로 이르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설에 의하면 당시 불교에 대항하여 힌두교도들을 사원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감각적인 조각상을 만들어 놓았다는 설도 있고, 또 온갖 세속적 생각들을 외부로 표현해 냄으로써 오히려 그 사원 내부는 사념이 없고, 성적 사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설은 없다. 나름대로 상상해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카주라호 사원의 미투나상은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성적 호소력이 짙게 배어나고 있는 젊은 남녀들을 현실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는 조각들이다. 그런데도 유치한 포르노그래피가 아닌 순수예술로 느껴지는 것은 인도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신성함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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