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도시 바라나시

2019. 12. 19. 11:41여행기

  히말라야의 물이 모여 평원을 흘러가는 갠지스강을 힌두교에서는 여신으로 신격화하고 강가(Ganga)라고 부른다. 이 강가가 있어서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하는 것을 평생 소원으로 여기는 힌두교도의 성지이다.

 

  우리는 이 바라나시로 가기위하여 델리역에서 12시간 걸리는 야간침대열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침대칸 1실이 일반적으로 4인용인데 여기는 6인용이고 시설이 좋지 않다. 양쪽으로 3개층의 침대가 있는데, 기사도를 발휘해 3층 침대로 올라가보니 생각보다 높아서 자다가 굴러 떨어지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그래도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자게 되어 비행기에서 보다 훨씬 더 편하였다.

 

  새벽에 차창 밖으로 스치는 시골 경치는 어쩐지 어색하지만 우리나라 시골 풍경과 비슷하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띄엄띄엄 쪼그리고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큰일을 보고 있단다. 그게 일상적인 광경이라니, 매일 저렇게 아무데나 일을 본다면 지금 쯤 어디 디딜 자리라도 남아 있을는지 모르겠다.

 

  바라나시의 혼잡한 거리는 한마디로 혼돈 속의 질서라고나 할까! 낡은 상가가 늘어 서있는 넓지 않은 거리에 가득 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3륜 릭샤를 비롯하여, 리어카, 자동차 등이 어지럽게 잘도 헤집고 다닌다. 거기에다 소, 개를 비롯한 짐승들까지 어울려 길바닥에는 오물이 널려 있다.

 

  우리는 릭샤에 2명씩 나눠 타고 시내를 통과하여 갠지스강변으로 가는데 큰길이 없어 골목길 앞에 내렸다. 골목길은 미로 같아서 방향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는데 구멍가게가 늘어서 있는 좁은 길에는 순례객, 상인, 성자, 관광객들로 붐볐고, 걸인들이 줄지어 동정을 구하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는 소, , 고양이, 지붕을 넘나드는 원숭이들을 구경하면서, 또 바닥의 오물을 피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강변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강변에 이어진 가트(계단)야말로 순례의 목적지이며 이 도시의 가장 큰 볼거리이다.

 

  일몰이 되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푸자(예배)가 행해지는데, 징과 북이 울리고 여러명의 브라만(예배승)이 등불을 들고 종을 치면서 기도를 하는 모습은 마치 야외무대에서 벌어지는 공연이었다.

갠지스강의 가트에서 열심히 몸을 적시면서 현세의 죄를 용서받고 내세에 복락을 누리기를 기원 하고 있다.

  동틀 무렵에는 반드시 갠지스강에 가보아야 한단다. 이 강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인들은 갠지스강의 성스러운 물에서 목욕을 하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향해 기도를 하면, 모든 죄를 용서받고 내세에 좋은 복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믿고 있고, 이곳에서 죽어서 시체를 태운 재를 강물에 흘려보내면 윤회로부터 해탈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가트에 가면 곳곳에서 모여든 여러 계층의 순례자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현세에서의 차별을 떠나 모두 하나가 되어 성스러운 강에 들어가고 싶은 열망으로 묶여지는 것 같다. 진홍빛의 태양이 수면을 물들이면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받으면서 마치 여신의 강에서 영혼이 새로 태어나기라도 하듯이 열심히 몸을 적시고 강물에 꽃을 띄우고 정성을 다한다.

 

  배를 타고 갠지스강에 나가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4km나 되는 가트에서는 목욕을 하는 사람과 물건을 파는 사람 또 관광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가다 보면 많은 양의 빨래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런가 하면 화장터에서는 장작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사람의 시체를 태우고 있는데 그 재는 강물에 뿌린다고 한다. 또 동네에서 나오는 오수도 흘러들어 가고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기에는 이 강물은 더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강물에 몸을 적시고 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우리의 원효대사를 생각했다. 밤중에 목이 말라 아주 시원하게 마신 물이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었다고, 그래서 원효대사는 깨끗함과 더러움이란 내 마음에 달린 것이라고 하는 일화가 생각이 났다. 우리는 더러운 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강물로 믿기에 의연하게 강물에 몸을 던져 영혼을 씻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