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왕국의 수도 라바트

2019. 12. 25. 20:27여행기

    페스에서 서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대서양 연안에 자리 잡은 모로코 왕국의 수도인 라바트에 도착한다. 해안 근처에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옛 도시가 남아 있으며 그 안에 고대 이슬람 도시인 메디나와 유대인 지역인 밀라가 있다. 이곳은 12세기에 군을 주둔시키려는 병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거대한 성벽을 쌓은 이후 이 안에서부터 오늘의 도시가 발전 했다고 하는데 17세기에는 스페인에서 쫓겨난 안달루시아의 무어인들이 많이 들어와 그들의 본거지가 된 곳이었다고 한다.

 

    라바트는 모로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프랑스의 식민시대부터 수도가 되어서 신시가지는 아랍풍과 유럽풍이 섞인 건물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고 거리에는 녹음이 짙어 조용한 전원도시 같은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는데 라바트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 여기는 수도여서인지 행인들의 상당수가 유행을 따른 차림새이고 여성들도 양장 차림이 많았다.

 

    남쪽으로 왕궁을 가는 길은 가로수들의 잎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띠를 형성하도록 가지치기를 하여 조경한 것이 특이하게 보였고 위병들이 서있는 왕궁의 문에서 넓은 궁 안을 들여다보면 흰 벽에 녹색 지붕인 호화롭고 장대한 건물이 보이는데 이 궁은 1894년에 세워진 왕궁으로 국왕이 현재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국왕 모하메드 6세의 조부인 모하메드 5세의 능을 찾았다. 프랑스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여 선두에서 싸웠고 독립을 성취하자 왕위에 즉위하여 모로코 근대국가 건설에 힘썼다고 한다. 여기에는 현 국왕의 부친인 하산 2세 전 국왕의 능도 같이 있다. 실내장식이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으로 꾸며져 있었다.

 

하산 탑이 있는 모스크 터

    반대편 바다 쪽에 있는 붉은색의 하산 탑은 미완성인 채로 남겨진 환상의 모스크 첨탑이다. 12세기말 야콥 알 만수르왕이 장대한 모스크의 건설을 시도하다가 얼마 안 되어 그가 죽으면서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현재 밑면의 길이가 16m인 정사각형으로 높이가 44m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로 남아있고 탑의 남쪽에는 300개 이상의 대리석 기둥이 높이가 전부 다르게 남아있는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데 이것은 1년 동안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 모스크가 완성되었더라면 아프리카 최대의 모스크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메디나의 북쪽으로 부레그레그강 어귀에 있는 절벽에는 17세기에 세워진 우다이아 카스바가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정면에 당당한 자세로 버티고 있는 정교한 조각이 있는 우다이아 문이 있고 성문을 지나 들어가면 옛 주택가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서 현재도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모로코에서의 카스바는 대개 높은 곳의 옛 성채 안에 자리하고 있는 지배자의 관저나 병영 등이 있던 곳을 말하는데 유럽 사람들은 넓은 의미로 유럽풍의 신시가지와 구분해서 모로코에서 부르고 있는 구시가지인 메디나까지도 카스바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 해변 쪽으로 가면 대서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곽이 나오고 성곽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서양의 경치는 여행의 기쁜 마음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이곳과는 관련도 없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가요 카스바의 여인이 입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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