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가 빚어낸 도시 바르셀로나

2019. 12. 22. 21:50여행기

    스페인이지만 스페인이 아닌 곳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북동부 까딸루냐 지방의 중심 도시로 예로부터 다른 지역보다 부유하고 까딸루냐어를 사용할 정도로 고유의 색깔과 자부심이 강한 도시라고 한다. 마드리드를 출발한 버스는 동쪽으로 4시간을 달려 옛 아라곤 왕국의 수도였던 사라고사에 도착하였고 다시 5시간을 더 달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였다. 바르셀로나 여행은 가우디의 건축 기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어디를 가나 가우디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고 가우디의 건축물만을 돌아보아도 도시를 다 본 셈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가우디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1926년 전차에 치어 74세로 사망할 때까지 언제나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가장 인간적인 건축물을 꿈꾸었으며 독창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가우디의 체취를 찾아 도시의 북쪽에 있는 구엘공원을 찾았다. 구엘공원은 원래 후원자 구엘과 가우디가 함께 고급주택단지로 조성 하려다 공원으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1900년대 초에 가우디가 설계하고 완성한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공원이라고 한다.

구엘공원 쇼핑홀과 옥상 광장
가우디 작품 다리 기둥
가우디 작품 다리 기둥 (파도 형상)

    공원에 들어서서 가장먼저 만나는 것은 화려한 색깔의 모자이크로 꾸며진 도마뱀이다. 계단을 올라서면 시장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90개가 넘는 기둥으로 이루어진 석조건물인 쇼핑 홀이 있고 바깥 길을 돌아서 옥상으로 올라가면 운동장 같은 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광장 둘레에는 아름다운 긴 벤치가 형형색색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져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있어 거대한 뱀을 떠올리게 한다.

 

    공원안의 다리들을 받치고 있는 돌기둥들과 길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돌을 하나하나 부서서 만든 돌기둥 사이를 거닐 때는 마치 나무숲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고 반듯한 네모 공간이나 가지런한 직선의 배치를 찾아볼 수 없는 생명력 넘치는 곡선의 연속이었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이 재현된 듯한 느낌을 주는 가우디의 자연 친화적인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가우디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성 가족성당을 찾았다. 마치 초가 타면서 자연스레 흘러내리는 촛농이 굳은 듯한 이 성당은 그 웅장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생사를 초월하는 시간 동안 건설이 진행 중인 성 가족 성당은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26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우디는 없어도 여전히 가우디의 설계대로 건설 중이고 200년 후에나 완공될 것이라고 한다.

 

    꽃, 나무, 뱀 그리고 전설의 세계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보이는 건물의 형태는 기존 고딕 양식에서 보여주는 성당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성 가족성당 앞에 서면 엄청난 규모와 가우디의 무한한 상상력에 푹 빠져들고 만다. 순수한 상상력을 건축으로 실현한 가우디의 건축물을 하나하나 만나는 동안 바르셀로나에서는 아직도 살아 숨쉬는 가우디의 숨결을 느끼게 되고 감동을 넘어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람블라스 거리
성 가족 성당
황영조 마라톤 우승 기념비

    바르셀로나의 번화가인 람블라스 거리는 파리의 샹젤리제, 뉴욕의 5번가에 비유되는 거리이다. 플라타나스 가로수가 있고 돌이 깔린 이 넓은 거리는 까딸루냐 광장에서 콜럼버스 기념탑에 이르는 바르셀로나의 중심 거리로서 차량이 통제된 보행자 전용도로이다. 많은 사람들과 주변의 꽃, , 그림, 퍼포먼스 그리고 거리공연 등 진기한 풍경들을 즐기면서 한가로이 거리를 걷다 보면 지중해의 항구까지 내려갈 수 있다.

 

    람블라스 거리의 양편은 구시가지인 고딕지구이고 고딕지구를 둘러싸고는 신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고딕지구에서는 바르셀로나 초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좁은 골목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또 다른 바르셀로나를 느끼게 한다. 좁은 골목마다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고 거리 악사들과 함께 호흡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낙천적인 국민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몬쥬익 언덕에는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영웅 마라톤의 황영조 선수가 일본선수를 제치고 1등으로 질주를 하던 바로 그 가파른 언덕이다. 남서쪽으로 도시 중심가가 내려다보이는 이 몬쥬익은 한때는 바르셀로나 최대의 유대인 거주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한 스페인 민속촌, 미술관, 놀이공원, 식물원 등이 있어 명소가 되어 볼거리가 매우 많았고 여기에는 황영조 선수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몬쥬익 언덕의 정면에 있는 분수대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의 밤에 유명한 분수 쇼가 열린다고 한다. 한번의 행사에 우리 돈 4억원이 든다는 이 쇼를 관람하러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는데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으며 음악에 맞춰 뿜어내는 수백 가지의 분수들이 황홀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물줄기와 함께 깊어 가는 바르셀로나의 밤을 지금은 비수기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