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머리 염색

2019. 12. 15. 11:06

하얀 잡초 헤치며 독한 약을 치네요

젊고 싶은 안간힘에 몸살하는 머리칼

옛 빛깔 잊고 헤매다 제 옷 찾은 치매 머리

 

뽑혀나간 자국도 없이 사라져간 풀포기들

들추어진 허연 살에 추운 바람 구르네요

봄보리 밭 물결 일던 홍안의 머릿결이여

 

머리 세는 줄 모르고 빗장 걸어가며

설익은 벼이삭으로 맞섰던 젊은 날

서로가 가슴 뜻 몰라 차이만 키웠죠

 

내 앞에 머리 숙여 염색하는 당신

내 안으로 당신이 당신 안으로 내가

조아려 깃드는 지금 눈 내리니 다습네요

 

- 온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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